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상 선정위원회는 4일 인간의 후각계통에 대해 연구한 공로로 미국의 리처드 액설(58)(사진 왼쪽)과 린다 B. 벅(57)을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두 과학자가 어떻게 사람들이 라일락꽃의 향기를 맡을 수 있고, 몇 년 후 이 향기를 다시 기억할 수 있는지를 설명함으로써 인간의 감각 중 가장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후각의 비밀을 밝혀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일련의 선구적인 연구를 통해 인체 후각계통의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한 액설과 벅은 각각 뉴욕 컬럼비아대학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HHMI)와 워싱턴주 시애틀의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에 재직 중이며 의학상 공동 수상으로 1천만 크로네(약 15억7천만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이들은 1991년 유전자 1천여개로 구성된 후각 유전자군을 발견한 내용의 중요한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뒤 이후 개별적인 연구를 통해 후각기관이 분자수준에서 세포 조직까지 작용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이들이 발견한 1천여개의 후각 관련 유전자군은 인간 전체 유전자의 약 3%에 해당하는 것으로 유전자 하나 하나가 냄새를 맡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후각수용체 생성에 관여한다.
콧속 윗부분의 후각수용체 세포에 있는 후각수용체들은 각각 감지할 수 있는 냄새가 정해져 있어 호흡할 때 들어오는 냄새분자들을 감지해낸다.
냄새분자를 감지한 후각수용체 세포들은 이를 신경신호로 뇌 후각영역에 있는 후각망울로 전달하며 여러 수용체 세포들이 보내온 신호들은 뇌에서 합쳐져 사람들이 냄새를 인식하게 된다.
위원회는 액설과 벅이 그동안의 예상과 달리 후각수용체 세포에 후각수용체 유전자가 하나씩만 발현된다는 사실을 각각 발견했다며 이는 인간이 어떻게 1만여 가지나 되는 냄새를 맡고 기억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후각은 갓 태어난 포유류가 엄마를 알아내는 것에서 화재 감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물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인간의 삶의 질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의학상에 이어 5일에는 물리학상, 6일 화학상, 8일 평화상, 11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며 시상식은 노벨 사망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의학ㆍ물리ㆍ화학ㆍ경제ㆍ문학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노벨의학상 해설> 냄새수용체·후각계 구조 첫 규명
"후각상실 환자들 치료 가능성 제기"
액설과 벅 박사팀은 1만가지 이상 되는 냄새의 종류를 인간이 어떻게 감지하고 기억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규명하고 인간 전체 유전자 약 3%에 해당하는 1천여개 후각 관련 유전자군을 발견한 데 가장 큰 공로를 부여할 수 있다.
청각이나 시각과는 달리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후각을 잃은 환자들이 치료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밝혀진 이들의 후각 인지 메커니즘은 후각 손실 환자들에게 치료의 희망을 준 것으로 의학계는 평가하고 있다.
액설과 버크 박사팀의 후각에 대한 첫 연구성과는 지난 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액설 박사팀은 과학전문지 '셀'(Cell)을 통해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냄새를 맡는 메커니즘이 코 속의 점막에 있는 후각 상피세포 때문이며 이 상피세포는 1천여개의 특별한 후각 수용체(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보고했다.
또한 연구팀은 1개의 수용체가 담당하고 있는 냄새가 약 2~3개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규명했다.
냄새라는 것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냄새를 인지하는 수용체가 신호를 받아 뇌의 중추 신경계에 전달하고 감지, 저장하는 특별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연구팀의 주장은 당시 후각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전무했던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후각 메커니즘에 대한 이들의 열정적 연구는 99년에도 셀지를 통해 또 한번 과학계의 주목을 이끌었다.
당시 몇 년 동안 다른 연구팀들은 초파리의 후각 수용체를 찾기 위해 액설 박사팀이 이미 확인한 포유동물의 냄새 수용체 유전자와 유사한 초파리의 유전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하지만 이들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액설 박사팀은 초파리의 후각 기관인 더듬이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를 조사하는 방법을 이용해 냄새 수용체 유전자를 조사했으며 더듬이에서 얻은 마이크로RNA(mRNA)와 몸 전체에서 얻은 mRNA를 비교했다.
연구팀이 당시 mRNA를 비교한 것은 mRNA 자체가 유전자가 발현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더듬이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들에 대해 염기 서열을 조사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구팀은 1개의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으며 이를 이용해 초파리 게놈(genome)의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했다.
결국 연구팀은 냄새 유전자들이 다양한 후각 신경 세포에서 서로 다르게 발현된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성공했으며 나아가 초파리의 뇌가 냄새를 인식하는 과정도 규명했다.
척추동물처럼 초파리도 많은 세포들이 개별적으로 활성화되는 신경 활성의 패턴에 따라 냄새를 구분한다는 게 당시 연구팀의 설명이었다.
벅 박사는 특히 포유동물의 후각이 냄새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복합적 과정이라는 또 다른 연구결과를 같은 시기에 발표해 그에 대한 명성을 이어갔다.
즉 각종 냄새를 맡는 역할을 하는 포유동물의 후각 수용체는 하나 하나가 어떤 특정한 한가지 냄새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후각 시스템은 뇌의 뉴런(neuron) 내(內) 특정한 냄새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기 위해 수용체들의 '알파벳'(alphabet)을 이용한다는 게 벅 박사의 논리다.
당시 벅 박사는 "글자들이 서로 다른 단어를 만들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수용체 역시 냄새를 구별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쉽게 말하면 후각 시스템은 광대한 범위의 냄새(어휘.vocabulary)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실제 수용체 타입(글자.letter) 수를 크게 줄이려고 수용체들(단어.word)의 조합을 이용한다는 게 연구의 골자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실제 임상 진료를 하다 보면 후각이 손실된 환자들이 많은데 두 수상자가 규명한 후각 메커니즘은 후각을 잃은 환자들이 치료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인물> 노벨의학상 수상자 액설ㆍ벅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함께 안은 리처드 액설(58)과 린다 B. 벅(57.여)은 인체의 감각기간 중 가장 오묘하다는 후각계통 연구가로서 명성을 쌓아왔다.
액설과 벅은 지난 1991년 코의 후각수용체에 관계된 1천여개 유전자군을 설명하는 논문을 공동으로 발표한 이후 개별적인 연구를 계속해 후각계통의 작동경로에 관한 비밀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1946년 7월 뉴욕에서 태어난 액설은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존슨홉킨스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딴 뒤 모교인 컬럼비아대에서 생화학, 병리학, 생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84년 컬럼비아대 부설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후각계통 연구에 본격적인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는 91년 벅과 공동으로 발표한 후각 수용체 관련 논문으로 구체화됐다.
외과의사이기도 한 그는 현재 미국의 국립 과학원, 철학협회, 예술ㆍ과학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생화학 분야의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엘리 릴리상을 타는 등 생화학 및 신경과학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공로를 세워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상을 수차례 수상했다.
미국 시애틀에서 1947년 1월 태어난 벅은 현재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 부설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 기초과학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여성 과학자.
그는 노벨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의대에서 2001년 12월 열린 심포지엄에서 냄새의 논리를 주제로 발표하는 등 후각계통의 비밀을 규명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
그는 워싱턴대에서 심리학과 미생물학을 복수 전공한 뒤 텍사스대에서 면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그후 컬럼비아대에서 연구활동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가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분야는 코에서 최초로 감지된 냄새 신호가 뇌에서 인지돼 다양한 반응으로 변환되는 과정이었다.
하버드의대에서 한때 교편을 잡았던 벅은 후각 연구로 지난 92년과 96년 각각 다카사고상과 R.H. 라이트상을 수상하는 등 후각연구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가로서 명성을 굳혔다.
<노벨의학상 美 액설ㆍ벅 수상 소감>
인간의 후각계통에 대한 연구공로로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함께 안은 리처드 액설(58)과 린다 B. 벅(57.여)은 수상 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믿기기 않는 일"이라고 기뻐했다.
▲리처드 액설= 액설은 수상직후 캘리포니아에서 스웨덴 라디오 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매우 놀랐으며 황홀하다"고 말한뒤 "대단한 영광"이라고 밝혔다.
액설은 스웨덴 라디오 방송으로 부터 수상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전하면서 "노벨상 수상은 꿈꾸지도 않았으며 단지 나는 학문만 생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통상 노벨상 수상자는 수상 소식을 노벨상 위원회의 전화로 통보받지만 엑설은 방송인터뷰때가지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상소식을 들은뒤 맨 먼저 무슨일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선 커피 한잔을 마셔야 겠다"고 답변했다.
▲린다 B. 벅= 벅은 A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구결과가 노벨상에 후보에 올랐는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벅은 "물론 사람들은 내가 수상자격이 있다고 말하기는 했다"고 덧붙인뒤 "매우 영광스럽다"고 밝혔다.(스톡홀름 AP.AFP=연합뉴스) 이상 연합뉴스 종합.
[성인병뉴스] 기사입력 2004-10-05,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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