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로댐 클린턴 미국 상원의원(민주, 뉴욕주)이 여성의 낙태권에 반대하고, 에이즈 퇴치를 위해 금욕을 중시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뉴욕의 여권단체인 '국제여성건강연합(IWHC)'이 주는 올해의 상을 수상한 클린턴 의원은 11일 밤 열린 시상식 만찬에서 부시의 여성 정책이 초래한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의 권리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참석 청중들에게 촉구했다.
클린턴 의원은 수상 기념 연설에서 "부시 행정부는 여성이 충분한 보건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부시 행정부가 여성의 낙태권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을 금지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매년 전세계에서 약 2천만명이 안전하지 않은 낙태의 위험에 처하고, 빈국에서 6만8천명이 이같은 낙태의 결과로 목숨을 잃는다고 지적하면서 "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맞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좀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힐러리 클린턴 의원은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 당시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참석, 기조연설을 했다. 이 베이징 대회에서는 성 및 생식 건강을 포함해 여성은 성문제 관련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갖고 있다는 강령을 채택한 바 있다. 앞서 1994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유엔 인구회의에서도 차별, 강제, 폭력에 얽매이지 않고 여성은 생식에 대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다는 강령을 채택했다.
클린턴 의원은 또 부시 대통령이 금욕을 가장 중시하는 'ABC(Abstinence, Being Faithful, Condom Use) 정책'을 에이즈 대책으로 추진하는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ABC는 금욕, 정조관념, 콘돔 사용의 약자이다.
금욕보다는 콘돔 사용을 더 강조하는 보건단체들의 논리에 동조하는 클린턴 의원은 "ABC는 좋은 전략이지만, 금욕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부시 행정부에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클린턴 의원은 "나는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라면서 "현 행정부 아래서 직면하고 있는 비우호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카이로와 베이징 대회 이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전진했는가를 인식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포기하거나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청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클린턴 의원과 함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도 어린이와 여성 인신매매에 관한 기사로 상을 받았다.
(뉴욕 AP=연합뉴스)kjh@yna.co.kr
[손용균] 기사입력 2005-01-1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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