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근거에 기반한 '의료기술평가'(이하 HTA: Health Tech)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HTA와 건강보험급여에 관한 가버넌스(governance: 협치구조)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즉, 보건의료분야 기술의 가치·확산·이용의 의학적·경제적·사회적·윤리적 함의를 검토하는 다학제적 분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의경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회장(성균관대약대 교수)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건복지포럼 특별기고('의료기술평가와 건보급여')를 통해 "신의료기술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및 의료기술의 짧은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신속한 평가시스템의 구축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신의료기술, 약제, 치료재료 등의 평가와 건보급여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연구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등 여러 기관과 위원회가 연계돼 있다. 이들 기관들이 서로 다른 역할과 기능을 표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업무중복에 따른 의사결정 소요기간의 장기화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의료기술평가에 있어서 식약처와 보건연의 업무가, 신약 평가에 있어선 식약처와 심평원의 업무가 상호 중복적이지는 않은지, 나아가 소요시간을 단축시킬 방안은 없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또 "물샐 틈 없는 건보급여 결정체계에 비해 근거활용을 증진하기 위한 지식확산체계는 미약하다"며, "최근 전문학회 및 보건연 등에서는 근거에 기반해 각종 진료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순응도는 기대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근거 활용을 촉진시키기 위한 지식확산 체계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강 100세 시대의 도래를 앞두고 질병 치료·예방에 필수불가결한 의료기술의 발전에 대해 국민적 관심과 기대는 매우 크다"며, "의료기술평가에 있어서 가장 근간이 되는 가치는 효과와 안전이다. 안전성이 입증된 의료기술이 보건의료서비스 영역에 진입할 수 있게 유도함으로써 국민 건강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국민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권리에 대한 요구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HTA는 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문지기 역할을 담당해야 하고, 동시에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또한 제한된 건보재정을 고려할 때 신의료기술의 경제적 가치가 의사결정 과정에 충분히 반영돼야 하지만, 자칫 경제적 가치에 대한 지나친 고려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환자 접근성 제한과 관련 산업 발전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비록 경제성·효율성은 다소 떨어져도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치료에 사용된다면 환자의 권리 차원에서 이에 대한 접근성은 일정 부분 보장돼야 하고, 신의료기술이 관련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도 갖춰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아울러 "이러한 제반 가치들의 균형점은 각 국가의 보건의료 및 사회경제적 현실 등 제반 맥락 하에서 각 국가의 특성에 맞게 조정돼야 하고, 관련 경제주체들의 합의를 통한 가치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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