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치료제로 쓰이는 '글리벡'이 당뇨 발병의 주요 인자를 억제해 혈당을 낮추면서도 부작용은 없어 비만 및 당뇨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정민근)에 따르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최장현 교수 연구팀은 항암제 글리벡이 피피에이알감마(PPARγ)를 조절해 고혈당과 비만을 완화시켜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을 개선시킨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했다.
기존 연구에서 글리벡을 투여한 암환자에서 혈당이 낮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된다는 사실을 관찰했지만, 정확한 분자 기전이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PPARγ'는 지방세포의 생성 및 분화에 필수적인 단백질로 지방 대사, 당 대사 및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기능을 한다.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존 티아졸리딘다이온계 약물은 혈당 조절에는 탁월하지만 저혈당, 신부전증, 심혈관계 질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 교수 연구팀은 최근 연구를 통해 당과 지질 대사 항상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조절하는 'PPARγ'에 인산(P)이 붙는 인산화가 당뇨 발병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PPARγ'에서 인산(P)을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항 당뇨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PPARγ'에 인산이 결합함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합물 스크리닝(chemical screening) 기법으로 '글리벡'이 'PPARγ'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인산화를 억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기존 연구에서 글리벡을 투여한 암환자에서 혈당이 낮아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됨을 관찰됐지만 정확한 분자 기전은 불분명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비만생쥐에 글리벡을 투여해 'PPARγ'의 인산화를 억제한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 피하지방조직의 백색 지방세포가 갈색지방세포로 변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해 체중 감소효과를 보인 것을 통해 글리벡이 항당뇨 효과 뿐 아니라 항비만 효과도 가짐을 밝혔다.
최장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산화 억제라는 새로운 개념과 함께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로서 '글리벡'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항당뇨 치료제 신약 개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당뇨병 분야 국제 학술지인 '다이아비티즈(Diabetes)'에 지난달 5일자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