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잦은 음주는 뼈에 충분한 산소·영양소 공급 막아 척추관절 건강 악화, 연말 술자리 자제해야
- 중년 남성에서 많이 발병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통풍성 관절염’… 술이 위험요인
- 양반다리 하고 앉아야 하는 좌식 구조 회식장소는 허리 통증 악화시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기가 다가오며 송년 모임이 늘고 있다. 최근들어 술 없는 송년회도 늘고 있다지만 뒤집어보면 그만큼 송년회에 술이 빠지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회식자리는 2차, 3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폭음의 가능성이 높다. 연이은 과음이 간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지만 척추관절에도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특히 평소 척추관절이 좋지 않은 중년 남성이라면 연말 술자리에서 과도한 음주를 자제해야 한다.
50대에서 가장 많이 발병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술이 주요 위험 요인로 꼽히는 대표적인 관절질환은 고관절 질환인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골반뼈와 맞닿아 있는 넓적다리뼈 위쪽의 둥근 부분인 대퇴골두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괴사하는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많았으며, 전체 환자 중 50가 26.4%로 가장 많았다.
척추관절 특화 동탄시티병원 신재흥 원장은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위험인자로 과다한 음주가 꼽힌다”며, “잦은 음주는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는데, 이로 인해 미세혈관이 막히면서 대퇴골두로 가는 혈액 양이 적어져 대퇴골두의 뼈 조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초기에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괴사 당시에는 통증이 없다가 괴사 부위에 골절이 일어난 뒤에야 통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관절 통증으로 양반다리를 하기 어려워지거나, 땅을 디딜 때 통증으로 절뚝거리게 된다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를 의심해봐야 한다.
신재흥 원장은 “괴사 부위가 작고 통증이 심하지 않다면 경과를 지켜봐도 괜찮지만, 괴사 부위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크고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며 “때문에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남성이라면 평소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 술이 가장 문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은 요산 때문에 발생한다. 요산은 퓨린이라는 아미노산이 몸 속에서 에너지로 쓰이고 생긴 찌꺼기다.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할 요산이 배출되지 못하고 몸 속에 쌓여 서로 뭉치면 뾰족한 요산덩어리(요산염)가 된다. 이 요산덩어리가 연골이나 힘줄, 주변 조직에 침착돼 염증을 일으켜 극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것. 주로 90%가 엄지발가락에서 나타나는데, 발목과 발등을 비롯해 무릎에서도 통풍이 발병한다.
통풍환자가 가장 피해야 할 음식은 술이다. 술 속의 에탄올이 체내 요산수치를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이다. 술과 더불어 회식 자리에 빠지지 않는 삼겹살 등의 기름진 안주도 체내 요산을 과다하게 생성할 수 있어 피해야한다.
통풍은 주로 40대 이상 남성에게서 잘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풍 환자 중 91.7%가 남성이었으며, 이 중 66.7%가 40~60대 남성이었다. 신재흥 원장은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이 신장에서 요산의 재흡수를 억제해 밖으로 배출시키지만, 남성은 여성호르몬이 적을 뿐더러 나이가 들수록 신장의 요산제거능력이 떨어지므로 중년 이상의 남성이라면 원인이 되는 술부터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음주·좌식구조 회식 장소는 허리 통증 악화시켜
술은 디스크와 주변 근육 및 인대에 산소와 영양소가 충분히 공급되는 것을 막는다. 또 알코올 분해를 위해 단백질 사용이 늘어, 정작 근육과 인대로 가야할 단백질은 부족해진다. 척추를 지탱해야 할 근육과 인대의 약화를 불러오는 것. 때문에 평소 요통이 있거나 척추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모임 장소도 허리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회식자리는 좌식 구조인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고 나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힘는데, 구부정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디스크에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신재흥 원장은 “바닥에 앉게 되면 몸의 중심이 뒤로 젖혀지면서 척추를 지탱하는 기립근이 늘어나 압력이 가해지며 통증이 발생한다”며, “평소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벽에 기대 앉거나 방석을 말아 계단처럼 걸터앉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