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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 채식해도 염증 감소
염증 관련 면역반응 감소, 세포 노화지표 개선

비건(Vegan) 식단을 단기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체내 염증을 낮추고 세포 수준의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불과 한 달 동안 비건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염증 감소와 노화 지연과 관련된 유전자 발현 변화가 나타났다.

육류가 풍부한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면역체계가 염증을 덜 유발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으며,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느려지는 징후도 관찰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메드컴(MedComm)’에 발표됐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의과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San Diego School of Medicine) 신경과학과 제롬 메르텐스(Jerome Mertens) 부교수는 “우리의 유전자가 곧 우리의 운명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놀라운 점은 단순히 한 식단이 다른 식단보다 우수했다는 사실이 아니다”며 “후성유전체(epigenome)가 불과 4주 만에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반응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우리의 생물학적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역동적이며, 일상생활에서 내리는 선택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후성유전체란 DNA 염기서열 자체가 변하지 않더라도 환경이나 생활습관 등의 영향으로 특정 유전자의 활성이 조절되는 현상과 관련된 유전적 조절 체계를 의미한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 48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눠 한 달 동안 각각 비건 식단과 육류가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도록 했다.

두 식단의 전체 칼로리 섭취량은 비슷하게 맞췄다. 이후 연구진은 사람의 전체 유전체에서 80만 곳이 넘는 부위를 분석했다.

특히 유전자의 활성 여부를 조절하는 과정인 ‘DNA 메틸화(methylation)’가 일어나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분석 결과, 비건 식단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면역체계가 염증을 덜 일으키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염증을 촉진하는 세포의 수준은 낮아지고,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세포는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이 같은 유전적 변화는 참가자들의 실제 혈액검사 결과와도 밀접하게 일치했다.

연구를 이끈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의과대학 신경과학 대학원생 루카스 카르바허(Lukas Karbacher)는 “이러한 일치 결과는 단순히 컴퓨터 화면에서 유전자 변화만 관찰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의미 있는 생물학적 변화를 포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비건 식단의 영향은 염증 반응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연구 결과, 비건 식단은 암 발생과 관련된 일부 경로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활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콜레스테롤 감소 ▲인슐린 반응 개선 ▲DNA 손상 복구 반응 향상 등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 활성 변화도 관찰됐다.

특히 연구진이 주목한 부분은 ‘생물학적 노화’였다. 한 달이라는 비교적 짧은 연구 기간에도 비건 식단을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는 변화가 나타났다.

메르텐스 교수는 “이번 결과는 생물학적 노화를 측정하는 모든 지표가 동일한 생물학적 현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질병 위험과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관련된 생물학적 시계들은 일관되게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며 “이는 식단 변화가 단순히 시간의 흐름 자체가 아니라 건강과 관련된 생물학적 경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비건 식단이 실제 질병 발생 위험을 낮추거나 수명을 연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참여자가 48명으로 비교적 적었고 연구 기간 역시 한 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관찰된 유전자 변화의 크기도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다.

따라서 연구진은 비건 식단으로 인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장기간 지속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실제 심혈관질환이나 암, 대사질환 등의 발생 위험 감소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책임연구자인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의료센터(University of Freiburg Medical Center)의 막스 슈토르츠(Max Storz) 박사는 “이번 연구는 영양 섭취가 분자 수준에서 우리의 생물학적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기존 연구 결과에 새로운 근거를 더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단계는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시간이 지나도 지속되는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실제 건강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더 큰 규모의 임상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중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 달간의 비건 식단이 염증과 생물학적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 활동에 비교적 빠른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육류와 동물성 식품을 무조건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히 비건 식단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식단 구성에 따라 단백질을 비롯해 비타민 B12, 철분, 칼슘, 아연, 오메가-3 지방산 등 일부 영양소가 부족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을 목적으로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높이고 싶다면 채소와 과일만 섭취하기보다는 콩·두부 등 콩류와 통곡물, 견과류·씨앗류 등 다양한 식품을 함께 섭취해 영양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특정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거나 임신·수유 중인 경우, 성장기 청소년이나 고령자처럼 영양 요구량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사람은 식단을 크게 변경하기 전 의료진이나 영양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이번 연구가 보여준 핵심은 ‘비건 식단이 노화를 막는다’는 단순한 결론이라기보다, 식생활의 변화가 불과 몇 주 안에도 면역과 염증, 노화와 관련된 분자 수준의 생물학적 반응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인 질병 예방이나 건강수명 연장으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대규모·장기간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미지=chatgpt>

<이상현기자 gurumx@naver.com>
[성인병뉴스]   기사입력 2026-08-24,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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