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채소류와 과일 특유의 색채를 띄도록 하는 성분들의 메커니즘을 좀 더 확실히 규명할 경우 암을 정복하는데 몇 걸음 더 성큼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임을 시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실험용 쥐들과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대장암 세포 배양액을 이용해 진행한 연구를 통해 각종 과일과 채소류에 붉은색이나 자주색, 파란색을 띄게 하는 성분인 각종 안토시아닌(anthocyanins)이 대장암 세포들의 증식속도를 둔화시켜 준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것.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 식품공학부의 모니카 지우스티 교수팀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매사추세츠州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화학회(ACS) 제 234차 학술회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특히 지우스티 교수팀은 이번 학술회의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당분이나 산성(酸性) 물질을 추가시켜 이 안토시아닌 성분들의 분자구조에 일부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항암활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지우스티 교수팀은 포도, 무, 자주색 옥수수 및 당근, 아로니아(chokeberries), 월귤나무(bilberries), 엘더베리 등으로부터 안토시아닌 성분을 다량 함유한 추출물을 얻어낸 뒤 항암활성을 측정하는 방식의 시험을 진행했었다. 시험에 사용된 과일과 채소류는 특유의 짙은 색채를 띄고 있어 일반 녹황색 채소류보다 안토시아닌 성분들을 훨씬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데다 식용색소의 소재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특징이 감안되어 이번 시험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대장암 세포들이 들어 있는 플라스크 내부에 이들 추출물을 주입한 후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질량 분석기를 활용해 개별 추출물들의 정확한 화학구조를 관찰했다. 아울러 안토시아닌을 투여한 후 남아있는 암세포들의 숫자를 측정하는 테스트를 병행했다.
그 결과 암세포들의 숫자가 50% 감소하는데 필요한 안토시아닌 추출물의 양이 개별 과일과 채소류에 따라 차이를 노정했음이 눈에 띄었다.
가령 자주색 옥수수 추출물의 경우 암세포 수를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데 필요로 했던 양이 가장 적은 14마이크로그램(μg)/ml으로 나타난 것. 아로니아와 월귤나무 추출물도 자주색 옥수수 추출물에 버금갈만큼 소량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무 추출물은 이들에 비해 9배나 많은 131μg/ml가 같은 수준의 효과를 얻는데 필요로 했던 것으로 분석되는 등 녹황색 채소류들의 항암활성은 울긋불긋한 채소류들에 비해 50~80% 수준에 머물렀다.
또 대장암을 발병시킨 실험용 쥐들에게 월귤나무와 아로니아에서 추출된 안토시아닌 추출물을 매일 사료로 공급한 결과 대장암의 제 증상이 대조그룹에 비해 60~70% 정도까지 감소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자주색 옥수수와 아로니아 추출물은 암세포의 증식을 뚜렷이 차단했을 뿐 아니라 암세포들의 20% 정도를 괴사에 이르게 하는 효과까지 발휘하면서도 건강한 세포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 지우스티 교수는 “원래 자연에는 600종 이상의 다양한 안토시아닌 성분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 성분들의 체내 흡수기전이나 분자구조 등에 대한 규명작업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말로 아직은 많은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성인병뉴스] 기사입력 2007-08-21, 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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