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는 인구 40여만이 거주하는 서울시에서 두 번 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동작구보건소(소장 권 선진)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건강증진사업, 모자보건사업, 전염병관리사업, 정신보건사업, 의약무관리사업, 취약계층 형평성사업 등 6개 단위사업별로 팀제를 확립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그러한 노력으로 2007년도 서울시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서비스만족도 조사에서, 창의성과 평가 부문 등 전 분야에 걸쳐 종합 최우수 구로 선정된바 있다.
특히 올해는 집중 지원 대상 사업을 특화하여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및 동작구보육정보센터와 함께 동작구 아토피 피부염 스크리닝 조사 사업을 중학교 학생에게 까지 확대 실시하는 한편 「9085, 우리 가족 몸 짱 교실」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아토피 피부염 스크리닝 조사 사업은2008년 어린이집, 2009년 초등학생에 이어 올해는 중학생약2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등 단계별, 개인별 아토피 관리의 체계화를 위한 기초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9085, 우리 가족 몸 짱 교실」사업은 소아 비만의 문제를 가족구성원을 포함한 생활습관 개선에 목표를 두고 실시하고 있다.
권 선진 소장은 “각 사업을 진행하면서 프로그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여하였는가에 관점을 두지 않고 참여한 각 개인의 건강 행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바꿔줄 것인가에 치중하고 있다”고 했다.
권 소장이 줄곧 강조해 온 ‘내소자 중심’ 사업에서 ‘구민 참여형’ 사업을 추진함으로서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생활습관-환경 등 단계별 아토피 관리방안 모색
올해 10개 학교 중학생 약2천5백명 대상
■ 아토피 피부염 스크리닝 조사
2008년 서울시의 아토피 질환 실태 및 역학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의 아토피 피부염 유병율은 영유아 19.2%, 초등학생 14.5%, 중학생 22.2%에 이른다.
권 소장은 “잦은 재발과 증상 악화로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제약 받는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면서 “아토피 피부염의 빈도와 실태 조사를 통해 전문적인 진료와 검사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토피 질환은 연령대에 따라 특징적인 증상과 분포를 보이는 특성이 있어 2008년 어린이 집, 2009년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이어 올해는 10개 학교 70학급 약 2천5백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는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에서 정한 아토피 진단 기준에 따라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에서 표준화한 설문지와 피부과 전문의 검진을 통해 아토피피부염의 유병율을 파악한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환자 및 가족의 특성과 생활습관 및 환경 요소와 아토피피부염과의 관계를 파악함으로서 개인별, 그리고 단계별 관리 방향을 설정하는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권 소장은 2차에 걸친 조사에서 실제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의한 자극에 노출되지 않도록 환아 및 보호자에게 설명하여 아토피피부염의 악화 인자를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관련 학계에서는 아토피피부염과 생활습관 및 환경 요소의 관계에 대한 통계학적 자료는 아토피 관련 의료비용을 줄이고, 아토피피부염 관리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사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 9085, 우리 가족 몸 짱 교실
올 2월부터 11월가지 10개월 동안 체중 조절이 필요한 30가구 총1백명을 대상으로 책임지는 건강세대로 거듭나게 한다는 구상이다.
9080은 복부비만 기준치인 남자 90㎝, 여자 85㎝이하를 목표로 가족 전체의 적정 체중 유지율을 증가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가족 구성원 전원을 대상으로 사전, 사후 기초검진 및 체성분을 측정하는 한편 부모님들의 생활습관 조사, 월 1회 가족 참여 영양교육, 가족 자율적 운동 실천 서약 및 가족 간 동아리 결성을 독려하고, 가족 운동교실과 연계하여 우수 가족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족 간 복부비만 0.1포인트 감소, 적정 체중 유지율 5% 증가, 생활습관점수 1포인트 증가, 운동 실천율 5% 증가 목표를 달성함으로서 참여자들의 만족도를 80%가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권 소장은 “가족 전체의 식생활 개선으로 아동의 비만 예방 및 가족 건강을 증진시키는 한편 가족 구성원 전체의 활동 지지를 통한 가족 자율 건강생활 실천율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작구보건소는 향후 우수 몸 짱 가족을 선정, 소아 비만 지도자로 육성하는 한편 다양한 지역사회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추후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고품질의 보건의료 상품 제공”
■ 권 선진 소장은…
▶우연히 그러나 천직으로
권 소장은 서울시 의무직 공무원으로는 최고참에 속한다. 1978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누구나처럼 진로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던 가운데 우연찮게(?) 강남구보건소의 결핵실 관리의사를 맡게 되고, “천직이 되었다.”
“당시 보건소에는 나름대로 의사가 할 일이 분명히 산재해 있었는데 의사들은 너무 쉽게 보건사업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보건소에 봉직하게 되었다고 했지만 근무를 통해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대한 긍지와 책임감을 키워 나갔다. 솔직히 스테이션처럼 들렸지만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소명 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보건소에 근무하다 보면 어느 누구라도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를 통해 온기가 흐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절로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발길 닿는 대로 살아 왔는데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다.”며 “가장 적합한 직업을 선택했다”는 주위의 부러움에 그 만큼 보람도 크다.
“지금 이 자리서 퇴직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커 보이는 것도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을 더불어 생각하는 진정성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주인’이 되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중요한 태도는 평상의 삶에서 욕심과 편견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집착을 버렸을 때 늘 깨어있는 마음이 되어서 눈앞에 나타나는 진실을 그대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권 소장은 중국 당나라 임제 의현 선사의 어록인 「臨濟綠」에 실린 이 말을 항상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주인’이 된다면 그 모든 곳이 그대로 참된 것” 이라는 말처럼 언제나 주어진 여건에 충실할 것이라는 신조다.
30년 넘게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일하는 것”이 다른 무엇에 우선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진리라는 것은 주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신념이다.
주민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보건소를 찾을 수 있도록 “집에서 살림하듯이” 보건소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것이 곧 “나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 “구성원들이 각자의 책임 하에 열심히 하고, 부족한 부분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공공의료분야 질적 향상 도모”
권 소장은 올해부터 사단법인 대한공공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한공공의학회는 공공보건의료에 관련된 학술 연구와 정책 개발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에 창립되었다.
권 소장은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우리나라의 의료계는 한편에서는 영리법인의 허용이나 의료시장 개방 등 급격한 의료정책의 변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한 공공의료분야의 강화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사명감에 더하여 공공보건의료분야 종사자로서의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의사본연의 임무와 더불어 활발한 학술 연구 활동을 통해 국내 공공의료분야의 질적 향상과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
권 소장은 최근 “조국과 운명을 함께했지만 종국엔 철저히 버려졌던 여자. 온몸이 아플 정도로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여자의 이야기.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를 위한 진혼곡”에 가슴 깊은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권 소장은 이 소설을 통해 평상의 삶에서 욕심과 편견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그러한 집착을 버렸을 때 늘 깨어있는 마음이 되어서 눈앞에 나타나는 진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
권 소장은 지역주민들의 건강 컨설턴트로써의 역할에 노력해 왔다. “동작구보건소가 고품질의 보건의료 상품을 제공하는 주민건강의 전당으로 자리 매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는 여러 다른 직종들이 함께 최선을 다해야만 환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업무이다.”, “질병이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위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는 것도 결국은 처음 시작한 이 일을 보다 보람차게 정리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다.
권 소장은 “정년 퇴임이후 치매지원센터 같은 곳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지금 처해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날 권 소장과 함께 보건소 인근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늦은 겨울비와 함께 하면서 ‘먹는다’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이지만 사랑을 먹는 것이기도 하기에 “사랑을 함께 먹으면 상처도 함께 녹아내린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했다. 역시 사람이 絶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