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섭취가 비만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따라서 비만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음식과 관련한 영양학적ㆍ대사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크게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대사에 이용된다. 뇌, 신경세포, 적혈구 등은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항상 일정 수준의 혈당을 유지하지 못하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한 경우, 단백질 등으로부터 포도당을 새롭게 합성하여 사용한다. 이는 포도당 신생합성이라고 하며 주로 간과 신장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살을 빼기 위해 수 일 간 금식 등으로 인해 탄수화물이 부족해지면 먼저 체내 단백질이 분해돼 체중이 감소하게 된다. 이어 체내 지방도 함께 분해된다. 이럴 경우 살보다는 근육이 더 위축되는 것이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과량의 포도당이 혈액 속으로 유입될 때 글리코겐을 합성하여 간과 근육에 저장하게 된다. 간은 대략 간 무게의 4~6% 정도, 즉 70~100g의 글리코겐을 함유하고 있다. 근육은 1% 이하의 글리코겐을 함유하고 있는데 70㎏의 정상 성인 남자의 경우, 근육량이 35㎏ 정도라고 할 때 250g 정도의 글리코겐을 갖고 있다. 대개 근육의 글리코겐은 격렬한 운동을 할 때 고갈되며, 운동 직후 탄수화물이 많은 식사를 하면 근육의 글리코겐 저장 능력이 올라간다고 한다.
격렬한 운동 하면 글리코겐부터 소비
이를 초과하는 더 많은 양의 탄수화물은 지방으로 전환돼 지방조직에 저장된다. 살을 찌게 하는 한 가지 요인이 되는 셈이다. 한국인의 비만 원인으로 ‘밥살’이 지목되는데 이는 밥을 통한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가 체내 지방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고 단백질만 섭취하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경우 혈액 내 포도당 농도가 떨어지고 인슐린 분비가 감소해 피하조직에서 지방분해가 촉진되지만 단백질도 함께 분해된다. 뇌와 심장에서는 지방에서 분해된 케톤체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단백질 분해(손실)를 줄여준다.
균형 잡힌 식사가 더 효과적
간혹 단백질은 비만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과잉된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지방 생성에 사용된다. 특히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단백질만으로 구성되긴 어려우며 동물성 단백질은 대개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비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단백질 섭취량은 전체 에너지량의 15~2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만과 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지방이다. 그 중 중성지방은 글리코겐에 비해 수분 함량이 적어 가장 효율적으로 농축된 에너지원으로 지방세포에 주로 저장된다. 공복시 지방조직이나 간, 근육 등에 저장된 중성지방이 분해돼 에너지로 이용된다. 반대로 과량의 열량이 섭취될 때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합성돼 피하, 복강, 장기 주변 등의 지방조직에 저장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살이다.
비만은 아주 작은 에너지 과잉에서 시작된다.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은 저장 능력에 제한이 많다.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지방분해를 억제할 뿐 아니라 그 자신이 지방으로 저장된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과 달리 저장능력에 제한이 없어 과량의 지방은 지방조직으로 바로 저장되어 비만을 초래한다.
장기간 지속적인 체중 증가를 이루게 되면 우리 몸의 생리기전은 새로운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적응하게 된다. 증가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 섭취량이 더 늘어나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결론적으로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살을 빼기 위해서는 평소 식사량보다 다소 줄인(500㎉ 이내) 열량과 균형있는 영양소를 바탕으로 한 식이요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여 지속적인 운동과 활동량의 증가가 필요하다. 이같은 방법이 체내 단백질이 주로 분포하는 근육량은 거의 줄이지 않으면서 지방을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줄이는 첩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