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법은 질병을 지닌 인간을 돌봐야 한다는
당위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고,
삶의 완성으로 가치를 부여한 것이죠.
죽음을 과거에는 개인과 가족의 것으로 봤다면,
공동체가 같이 책임지는 의미를 법제화한 것입니다.”
아름다운 죽음이 화두인 시대적 여망에 부응,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원치 않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금년 초에 국회를 통과했다.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다.
그동안 말기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임종 직전까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등 특수 의료장비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해 온 의료 사회적 관행에서 벗어나는 일대 전환점이 마련된 것이다.
윤 영호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본부 운영간사(52·서울대 의대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는 “(통과 시점으로)호스피스는 1년 반 뒤에, 연명의료는 2년 뒤 적용되므로 그때까지 필요한 제반 사항을 착실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다잉법은 암 외에도 에이즈·만성폐쇄성폐질환·만성간경변 등의 말기 환자에게도 호스피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법적 절차와 환자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도 명시하고 있다.
윤 간사는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 분야의 권위자로, 삶의 질과 말기암 환자들에 대한 연구논문과 국제 활동을 통해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존엄사 등의 이슈를 주도해왔다.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정책실장, 부학장,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연구소장 등을 지냈으며 현재 의료기관·학회, 호스피스기관 등 80여개 단체와 1만5000여명이 참여한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본부를 운영하는 실무책임자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대병원장 직속의 공공의료단장으로 임명된 그는 실용성 있는 공공의료와 웰다잉(아름다운 죽음)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가 질병 중심으로 초점이 맞춰졌다면, 웰다잉법은 질병을 갖고 있는 인간을 돌보아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고 삶의 완성으로 가치를 부여한 것이죠. 죽음을 과거에는 개인과 가족의 것으로 봤다면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를 법제화한 것입니다.”
2016년 1월 말 현재 암관리법에 따라 전국 66개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 인증을 받아 완화의료 병동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완화의료 병상은 1000개가 조금 넘어 말기 암환자의 14% 정도, 전체 사망자의 3.5% 정도만 이용이 가능하다.
미국은 이 비율이 44.6%에 이른다. 이 법이 적용되면 본인이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미리 밝혀놓지 않을 경우 근본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게 되므로 법통과 이전까지와는 정반대 상황이 된다. 따라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분명히 밝혀 둘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호스피스는 국내 인구 100만명당 50병상이 필요하다. 최소 2500병상이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국내 암 환자의 50~60%가 ‘빅5’ 병원을 이용하지만 호스피스병동은 서울성모병원만 운영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호스피스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책임 있는 의료가 아니므로 다른 주요 의료기관에서도 호스피스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활성화를 위해 말기 환자는 조기에 호스피스로 의뢰해주는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합니다. 호스피스를 이용한 경우 사망하기까지의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고, 더욱이 생존기간도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요. 특히 항암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완화의료를 적용하면 삶의 질과 생존율 향상 등 더 좋은 결과가 가능해집니다. 현재 정부가 호스피스 기관들에 재정적 지원을 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해 호스피스 기관들이 늘고 있지만, 그 대상이 말기 암환자로 국한돼 호스피스의 기본 철학을 수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윤 간사는 말기 암 환자들이 조기에 호스피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여러 연구들을 보면, 암 환자들은 말기 시점에서 임종까지 평균 3개월을 더 생존한다. 호스피스에 의뢰되는 상황이 되면 절반 정도가 2주 이내에 임종하고, 한 달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75%나 된다.”며 “너무 늦게 호스피스를 의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꼭 입원이 아니라 외래나 가정방문을 통해서도 호스피스·완화의료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호스피스팀과 빨리 만나서 자신의 남은 인생을 ‘웰다잉’으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죽음을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법적 절차를 명확히 해 놓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암이나 주요 질환의 말기가 되었을 때 보통 연명치료에 대한 대비를 하게 마련이지만 만성질환에 걸렸을 때, 혹은 건강할 때에라도 최소한 가족에게 의사를 밝혀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죽음이 다가온다면 온 가족이 함께 이별의 시간을 가지세요. 환자와 친하고 소중했던 사람들이 같이 참여해도 좋습니다. 보호자나 가족들은 개인적으로 비밀스러운 대화가 필요할 수 있는 과정들에 대해, 또 환자를 만날 시점이나 내용 등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