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다. 아내라는 직업 덕분인지, 여자라는 죄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방안에서 쉬고 있는데 혼자서만 고생을 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부부 공히 같이 설거지를 비롯한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다반사인데, 나는 구시대라 그런지 집안에서는 쉬고 싶어진다.
그런 행동을 반성하는 의미로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설거지'를 하라고 권하는 바이다. 그것도 하루에 한 번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열두 번이라도 설거지를 하라고 부탁드린다. 자 어떻게 설거지를 하여야 할 지 생각해 보자.
안경을 쓰다 김이 서리거나 먼지가 묻으면 누구나 다 안경을 닦고 다시 쓴다. 안경은 잘 닦으면서 자기의 몸과 마음을 닦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잘 닦아야한다. 안경을 닦듯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듯 몸도 마음도 닦자.
사전을 찾아보면 설거지란 '음식을 먹고 난 뒤의 그릇 따위를 씻어서 치우는 일' 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 번 쓰고 버릴 1회용 그릇을 설거지하는 사람은 없다. 다시 쓰려고 설거지를 하는 것이다. 다시 계속해서 써야 할 그릇은 버리지 않고 설거지를 해서 두고, 또 다시 쓰고 설거지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계속해서 다시 가장 오랫동안 써야 할 그릇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우리의 몸과 마음이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사람을 그릇에 비유해 왔다. '큰 그릇' 이라든지, '그릇이 작아 안 되겠다' 또는 ‘대기만성’ 등의 말을 많이 써 왔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 바로 몸 그릇, 마음 그릇인 것이다.
일상생활을 하며 우리의 몸과 마음은 더럽혀지게 마련이고, 때가 묻으면 설거지를 하여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기로 하자.
먼저 등산할 때를 생각해 보자. 등산을 하다 입이 벌어지고 헉헉대며 다리도 아프고 힘이 드는 이런 현상이 바로 몸에 때가 묻은 것이다. 몸에 맞춰 천천히 여유 있게 등산을 하면 훨씬 덜 피로하고 덜 지치게 된다. 음식을 먹을 때 조심해서 먹으면 그릇이 덜 더러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통 사람은 아무리 천천히 올라가더라도 숨이 가쁘고 지치게 마련이다. 숨이 가빠지거나 피로를 느끼면 속도를 늦추고 쉬어야 한다. 좀더 적극적으로 피로를 풀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체조를 통해 몸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설거지' 다.
눈이 아프거나 졸린 것은 설거지를 하라고 보내는 신호
직장에 나가 일을 하거나 가정에서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중에 눈이 아프거나 졸리는 것은 설거지를 하라고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비비 꼬이고 몸이 찌뿌드드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가 막혀 '기혈 순환이 잘 안 되는 현상' 이다. 막힌 기를 뚫어 잘 통하게 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이 뒤틀리고 하품이 나온다.
그렇다면 언제 설거지를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피로를 느낄 때마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
이러한 본능적인 '설거지'를 좀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하는 바이다. 몸과 마음에 맺혀 기혈순환을 방해하는 쓰레기를 청소하는 것이 설거지요, 거창하게 문자로 표현하면 수련이자 수도인 것이다. 이러한 설거지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도 좋지만, 그 보다 좋은 것은 필요성을 느낄 때마다, 다시 말해 피로를 느낄 때마다 하는 것이 좋다.
일을 하다 힘들면 쉬었다 하자. 그냥 쉬지만 말고 기체조를 통해 몸을 깨끗이 하고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닦아주자. 특히 중요한 것은 잠자리에 들 때이다. 하루 온종일 써서 더러워진 그릇을 닦지 않고 그냥 두면 다음 날 쓰려고 할 때 쓸 수가 없다. 운이 나쁘면 온갖 벌레가 모여들어 지저분해진다. 잘 때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깊이 잠들지 못하고 가위를 눌리는 등 얕은 잠을 자게 되어, 다음 날에도 피로하기 쉽다.
식사를 하기 전에 그릇을 씻듯 일을 하기 전 몸을 푸는 설거지를 하고, 업무 중에 컨디션이 나빠지거나 피로를 느끼면 피로를 푸는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그 날을 마감하는 설거지를 하자.
국정넷포터 권오상 tonggimuoi@freechal.com
<권오상님은> 26년째 국선도 단전호흡을 수련한 기체조 및 단전호흡 사범으로 국회, 종합청사, 금감원 등에서 지도했고 이 분야의 강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수련을 통한 정신의 건강과 육체의 건강, 그리고 경제적 건강이란 3가지 건강의 필요성을 깨닫고 호를 삼강(三康)이라고 지었으며, '웰빙 컨설턴트'로 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