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수가를 기반으로 한 개원 환경 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8일 발간한 <계간 의료정책포럼>의 '개원 의사와 7급 공무원의 평생 투입된 시간 당 소득 비교' 연구에 따르면 개원 의사 평생 시간당 소득은 2만 9724원으로 공무원(2만 9796원, 7급 16호봉 기준) 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원 의사의 경우 긴 의대·전문의 교육과 근무 시간을 비롯해 수억원에 달하는 개원 비용 등이 시간당 수익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정책연구소는 개원의 은퇴 시점을 65세로 보고 29년간 일해 번 개원의 평균 소득에서 등록금과 초기 개원 비용, 평균 근무시간을 뺀 30억 4500만원에 국민연금(17.7년) 5억 9710만원을 더해 근로 및 연금소득을 38억 1710만원으로 추산했다.
7급 공무원(16호봉 기준)의 근로 및 공무원 연금 소득은 2017년 한국경제연구원 발표 자료와 뉴스투데이 보도(공무원 평생 총소득, 삼성전자 직원보다 8억 원 이상 많아, 2017년 5월 29일자)를 토대로, 23억 1708만원(60세 퇴직 기준)으로 잡았다.
개원의사와 7급 공무원의 근로소득은 사회보험료 및 세금을 공제하고 다시 계산했다.
평생 투입된 개원의사의 시간 당 소득은 38억 1710만원(근로 및 연금 소득)에서 기회비용(5억 3760만원=등록금+초기 개원비용)을 공제하고, '교육+근무 시간'(110,330시간)을 나눠 계산했다.
평생 투입된 7급 공무원의 시간 당 소득 역시 23억 1708만원(근로 및 연금 소득)에서 기회비용(등록금 2680만원)을 공제하고, '교육+근무 시간'(76,865시간)을 나눠 계산했다.
그 결과 시간 당 소득은 개원의사 2만 9724원, 7급 공무원 2만 9796원으로 개원의사의 시간당 소득이 약간 적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막연히 고소득자로 인식되는 의사지만 투입된 기회비용과 긴 근무시간 등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적정 수가를 기반으로 한 개원 환경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사실 개원을 준비하는 개원 예정의사들의 분위기도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개원을 선호하는 시기가 3~5월 사이로 흔히 말하는 개원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동네 의원의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났었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가 사라진 지도 오래다.
실제 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이 과거에는 개원을 처음 하는 나이가 30대 초반이었지만, 지금은 30대 중 후반으로 올라가 과거보다 2-3세 정도 늦어졌다. 실제 개원에 대한 초기 비용투자가 큰 만큼 위험부담을 안기에 큰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 크고, 개원가 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고 의원이나 병원에서 경험을 쌓기 위해 봉직의로 먼저 근무하며 분위기를 파악한 후 좋은 자리가 있으면 시기에 상관없이 개원하는 분위기가 많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개원가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 될 것이 명약관한데다 개원가의 피폐는 의료정책 측면에서도 상당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보건의료체계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특히 문재인 케어의 문제로 지적되는 대형병원 환자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 강화는 가장 우선적인 정책이어야 한다.
일차의료의 핵심인 개원가의 ‘건전한 생존’이 그 만큼 중요한 셈이다.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건강을 위해 처음 만나는 의료제공자(주치의)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이다. 즉 주치의제도 도입은 일차의료 강화의 핵심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향후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대한 유의미한 결론을 이끌어 내는 단초가 되어야 한다. 적정 수가를 기반으로 한 개원 환경 개선이 당장은 현실화되기 어렵다면 보다 합리적인 주치의제도 도입 등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주치의제도가 단순히 건강영역에서 시장의 영향력을 제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민건강의 최 일선인 의사들의 자존심을 지켜 주면서 의사들의 개원 환경을 적정하게 지켜주는 그런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의사 사회 또한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즉, 병의원 운영에 있어 입지의 중요성, 동시에 세무, 노무, 내부 경영시스템 및 장비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 그리고 개원 후 홍보마케팅 또한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황보 승남 국장/hbs54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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