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사회적 논란을 초래한 의사·환자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25일 서울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원격의료 허용을 뼈대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그간 의사·의료인간에만 허용한 원격의료를 의사·환자간에도 허용해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상담·교육, 진단·처방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장기간 진료가 필요한 재진(再診) 이상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자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일정한 경증질환자 등에게 허용된다.
하지만 원격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운영할 수 없다. 특히, 같은 환자에 대해 연속적으로 진단·처방하는 경우, 주기적으로 대면 진료를 병행토록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의·정 합의 결과에 따라 4월부터 6개월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실시해 결과를 국회 입법에 반영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시행·평가는 의협의 의견을 반영해 양측이 공동 수행한다.
지난해 10월 입법예고된 이 법안은 의료계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국무회의 상정이 미뤄지다가 지난 17일 정부와 의료계가 원격진료 선(先)시범사업에 합의하면서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됐다.
진통 끝에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의료영리화저지특위는 성명서를 통해 "원격의료가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해도 민주당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성명을 통해 '정부와 의협은 선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약속했지만, 정부가 갑자기 원격의료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며, "이는 명백한 계약위반"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SNS에서 "시범사업의 기획·구성·진행·평가 모두 의협의 안을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에 정부가 (협의 내용대로) 하지 않는다면 다시 일어서겠다"고 재파업 가능성을 열어놨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통과는 입법절차의 과정"이라며, "어차피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므로 시범사업 후 그 내용을 향후 반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성명을 통해 "원격의료는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의협과 같은 의료공급자도 강력 반대하고 있다. 대면진료를 원격진료로 대체할 경우, 진료의 질이 대폭 하락하고, 오진 등의 가능성도 커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또 "원격의료를 위해 국민들이 부담해야할 의료비는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것이다. 850만명에 이르는 원격의료 대상자가 모두 100∼140만원에 달하는 원격의료장비를 구입하게 되면 이것만으로 10조 내외 비용이 소요된다. 정부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일부만 가능할 것이며, 그것조차 적지 않은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무회의에서 의료법 개정안의 의결은 현 정부가 원격의료를 반드시 허용하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본다. 현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위해 건보재정을 퍼주고 국민 의료비 부담을 늘리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안'에는 '개정안 공포 후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항이 포함돼 있다. '시범사업 후 입법 반영'이라는 의정협상 결과가 전혀 담기지 못했다. 이것은 의협이 정부에 속았거나 알면서도 야합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복지국가의 핵심인 건보제도가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인 이찬진 변호사는 "국민 의견 수렴이라는 행정절차법의 정신을 묵살한 것"이라며, "의협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반발이 있었는데도 국회에 법안 상정을 강행한 것은 입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