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에 외국계 영리병원을 유치하겠다며 적극 나섰던 정부와 제주도는 '탁상행정', '졸속행정'이라는 국민들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16일 국회, 보건복지부,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제주 영리병원(중국 싼얼병원) 설립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보건의료 서비스산업 육성방안의 의제로 공식 올린 정책이다.
물론, 9월 중에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고 단서는 달았지만, 정부 투자활성화 계획으로 보고된 만큼, 병원 설립 승인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이후 싼얼병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부와 제주도가 사실 확인에 착수했고, 결국 지난 15일 승인 불허 쪽으로 정리됐다.
사실 정부는 싼얼병원의 병원 운영능력을 둘러싼 의혹을 이미 작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 매체 등을 통해 중국 모기업 대표의 비위행위를 알게 돼 제주도에 전달했다"며, "당시 제주도는 확인 결과 문제없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밝혀 왔다"고 밝혔다.
모기업 대표가 작년 7월 구속됐고, 최대 주주사인 시단무 싼얼 바이오 유한공사와 광성예 광업투자 유한공사가 지난해 8월 문을 닫았음에도, 정부와 제주도는 1년이 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단체연합 관계자는 "정부가 성과주의 입장에 매몰돼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예정된 참사"라며, "투자자가 부동산 사기 등으로 구속되고 투자 여력도 불투명한 상황임을 복지부가 알고도 정부회의 안건에 핵심의제로 올린 행위는 국민 기만이다. 경제부처 산업화 논리에 놀아난 꼴이 된 복지부장관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싼얼병원이 영리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의료비 인상 등 한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높은 외국영리병원 설립이 '아니면 말고 식 한건주의' 방식으로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성급하게 영리병원을 추진한 점에 대해 복지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형표 복지부장관은 지난달 19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외국 영리병원인 싼얼병원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외국(인)이 투자해 짓는 병원으로 지난 2006년에 이미 허용했고 경자구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으로 파급효과에 대한 걱정은 기우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승인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