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월20일 첫 메르스 사례 발생부터 같은 해 12월23일 유행 종료 선언까지 정부 대응 기록과 평가를 담은 '2015 메르스 백서'를 29일 펴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주도로 현장전문가 등 관계자 46명과 대응인력 245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평가와 제언에 중점을 뒀다.
백서는 정부가 국내에서 발생한 정치·경제·사회 현상을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해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하여 만든 것으로, 앞서 발간된 '천안함 백서'를 떠올려보면 사실상 정부 '반성문'이다.
하지만 메르스 217일간의 기록에 '반성'은 없고 '교훈'만 남았다. 오히려 정부의 해명을 싣는 데 급급해 '변명문'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반성'은 없고 '교훈'만 있나
메르스 백서는 부록을 합쳐 1100여 페이지에 달한다. 그동안 나온 정부 백서 중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천안함 백서가 300여 페이지인 것과 비교하면 메르스 백서는 473페이지, 부록이 659페이지에 달한다. 메르스 백서에 등장하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반성'이다.
백서를 뒤져보면 전문가 면담자료, 지자체 발간 백서 소개, 인용 출처 등에 일부 등장하지만, 본문에서는 '반성'이라는 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일부 지자체나 의사협회 등에서 발간한 자료의 제목이 '메르스 유행과 대응의 기록과 반성', '2015년 유행의 반성과 교훈'인 것과 대비된다.
반면 '교훈'은 9차례 등장한다. 제목, 표, 출처 등을 제외한 횟수다. 심지어 백서 소제목 조차 '메르스로부터 교훈을 얻다'다.
우리나라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한 것은 메르스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우리나라를 휩쓸었다.
하지만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로 국내 메르스 감염 환자는 186명까지 확대됐고,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럼에도 백서는 여전히 "교훈을 얻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보건당국 수장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한다. 앞서 지난해 6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좋은 교훈 얻었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에는 메르스 첫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고,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었다.
후임인 정진엽 복지부 장관 역시 발간사를 통해 메르스 사태에서 보건당국의 과오보다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
정 장관은 "정부는 메르스에 대한 정보와 전문인력 부족, 정보공개 지연 등으로 초동대처를 제대로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후 민간전문가를 포함, 범정부 협력체계를 구축해 집중관리병원, 1대 1 밀접접
촉자 관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며 "7월4일 이후 새로운 환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이를 두고 조기에 유행을 종식시킨 사례로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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