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대부분을 병원이 쓰고 있더라도 출입구가 다르다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약분업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약사 정 모씨(38)가 대구 달서구보건소를 상대로 낸 약국개설 등록불가 통보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정씨는 2013년 8월 대구 달서구의 한 건물(지하 1층, 지상 7층)의 1층의 한 점포에 약국을 열기 위해 보건소에 약국개설 등록신청을 했다.
보건소는 “1층에 의원, 편의점, 커피점이 있지만 나머지가 전부 하나의 의료기관"이라며 "약사법에서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신청을 반려했다.
현행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는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인 경우 개설등록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국이 의료기관의 시설 안이나 구내인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의약분업의 원칙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정씨는 "약국의 문이 따로 있고 건물 실내에서 점포로 출입할 수 있는 통로도 없다"며 "별개의 독립된 공간인 데다 병원 이용자들의 의료기관 내에 있는 약국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약국 출입문이 별도로 나 있더라도 건물이 곧 병원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사실상 구내약국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약국개설등록 불가통보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병원에서 약국에 가려면 건물 밖으로 나간 뒤 약국에 가야 한다"며 "건물의 구조와 기능, 이용현황을 보면 상호독립적인 공간"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반인들도 약국을 병원 내 시설로 인식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약국과 병원의 운영자가 다르고 운영실태를 보면 담합행위 가능성도 적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정씨의 약국을 '의료기관의 안 또는 구내'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